새로 지은 집은, 겉으로 보기에는 말쑥하나
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한군데 허전한 느낌이 있다.
손바닥을 벽면에 갖다 대면 그 낯선 차가움에
커다란 바위 위로 흐르는 얕은 계곡물처럼
아래로 미끄러져 내릴 것 같고, 가까이 다가가면
반짝이는 외벽에 눈이 시릴 것 같다. 왜 그럴까?
그래, 초록빛.
대지의 빛을 새집에선 찾기 어렵기 때문이리라.
다소 오래되고 낡은 집이라 할지라도,
담쟁이덩굴이 팔을 힘껏 뻗으며 벽면을 타고 올라가고,
햇살이 그 위를
유종우
1974년 출생.
창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.
시집《바닷바람》으로 데뷔.
서정문학 신인상 수상.
최근작으로는 시집 《친애하는 괴수에게》가 있다.
밤이 더할수록
새벽의 별
폭우
안개비
내가 기억하는 한 가지
소년의 꿈
나그네의 노래
기러기
먼 길
바다의 빛
다시 피는 꽃
꺾꽂이모
콘크리트 섬
샘물
내 바다가 여기 있다
광원
한숨
청년이 아닌 중년의 꿈
하늘과 바다
황금 꽃
딸기크림 비스킷
요단강을 찾아 떠난 은갈치
사랑의 고백
봉선화
빗속을 걸어가야지
유리문
들뜬 날
M